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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승 시의 발전과 변모 양상

목향의 서재 2009. 11. 5. 21:04

 김현승 시의 발전과 변모 양상 / 작성: 목향/2009.10             

 

                      목차


Ⅰ. 서론

Ⅱ. 시의 변모 양상

 1. 초기 - 기독교적 상상력에 기반한 자연

 2. 중기 - 신에 갈등과 인간 고독의 탐구

 3. 추기 - 회개의식과 신의 귀의 :종교적 재생

Ⅲ. 결론

* 참고문헌



 

Ⅰ. 서론

  김현승은  1913년 4월 4일 부친이 목사 수업을 받던 평양에서 출생하였다. 기독교 가정에서 성장한 그가 문학을 본격적으로 습작한 시기는 1932년 숭실전문학교 문과에 진학하면서부터인데, 이 학교에는 문학강좌를 맡고 있던 양주동과 이효석이 교수로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교지에 투고 후 양주동의 추천에 의해 장시 2편 “쓸쓸한 겨울 저녁이 올 때 당신들은”과 “어린 새벽이 우리를 찾아온다 합니다”가 1934년 5월 25일자 동아일보에 발표하면서 문단에 등단하였다.


   이후, 다형 김현승은 고독의 시인으로 불리며 내면에 기반 한 기독교사상을 바탕으로 자연, 인간, 신의 의미를 끝없는 자아 탐색으로 사상이 없는 시는 무정란이라는 시론을 전개하며 사상과 시를 통합시키는데 성공하였다. 외부의 세계보다 내면의 세계에 대한 천착은 그의 성장과정의 기독교적 환경과 서구문화에 대한 체험과도 무관하다할 수 없다. 그는 일제 말기인 1936년부터 해방되기까지 절필하였으며 그는 자신의 내면의 사상 변화를 따라 시세계의 가시적인 면모를 반영한 275편의 시를 발표, 제1시집 ‘김현승시초’를 발간하였고 1975년 1월 25일 사후시집 ‘마지막 지상에서’를 출간하였다.


  김현승의 시의 연구는 시세계를 구분한 3단계1)와 4단계2)의 분류가 있다. 이밖에도 시인의 시적 변모와 성과 연구3), 정신사적 맥락에서 시적 특성의 연구4), 시 형식 특질 연구5), 이미지 분석을 통한 시적 흐름, 밝음과 어두움의 범주를 나누어 시에 나타나는 상징체계 연구 등이 있다. 결국 초기. 중기, 후기의 세 시기로 구분된 각 시기는 표면적으로는 다른 모습을 보이지만 그것은 모두 신에 대한 문제, 신앙에 대한 동질성6)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김현승의 초기 시에서 후기 시에 이르는 동안 시인이 추구한 가장 본질적이고 보편적인 시정신세계에 내재된 기독교적 세계관이 어떻게 관여되고 변모되어 왔는지 살펴보고자한다. 다형의  초기 시는 자연을 인격화한 민족적 로맨티시즘, 민족적 센티멘탈리즘이라 할 수 있으며「새벽교실⌟「김현승시초」를 들 수 있다. 중기에는 신을 회의하고 인간정신을 옹호하며 깊은 고독의 세계로 침잠한 「견고한 고독」「절대고독」으로 나눴으며 후기는 병상에서 인간적 한계를 초월하고자하는 신의 귀의를 노래한「날개」와「마지막 지상에서」의 1부의 시편들을 창작시기별로 구분하여 살펴보려 한다.


Ⅱ. 시의 변모 양상

1. 초기 - 기독교적 상상력에 기반 한 자연

  김현승이 등단 이후 1930년대 발표한 시편들은 자신과 그의 제자 이성부가 표명하듯 민족적 로맨티시즘, 또는 민족적 센티멘탈리즘이라 할 수 있다. 일제 식민지 암흑기 하에서 대부분의 시인들이 그러한 경향을 보였고 다형도 예외는 아니었다. 민족적 울분과 현실에 대한 고통이 자연에 대한 동경과 예찬으로 변주되었으며 자연을 노래하되 기지와 풍자. 현실에 대한 상징적 차원으로 끌려 올린다.7) 초기시편들에서 아침과 새벽을 즐겨 다루는 민족에 대한 희망과 이상의 상징으로 밝음과 어두움의 이원적 대립구조를 원용하여 사회적 현실을 외면하지 않는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


 아침 해의 축복과 사랑을 받지 못하는 크고 작은 유리창들이

 순간의 영광답게 최후의 燦爛답게 빛이 어리었음은

 저기 저 찬 하늘과 추운 지평선 위에 붉은 해가 피를 뿌리고 있습니다. <1연 일부>

 

 지금은 먼 이야기, 여기는 동방

 그러나 우렁차고 빛나던 해가 서쪽으로 기울어지던 날

 오직 한마디의 悲歌를 이 땅에 남기고 선인의 발자취가

 어두움 속으로 영원히 사라졌다 합니다.

 그리하여 눈물과 한숨, 또한 내어버린 웃음 위에

 漂浪의 역사는 흐르는 세월과 함께 쓰여져 왔다 합니다.  <4연>

 

 캄캄하던 東方山 마루에 빛나는 해를 불쑥 올리려고.

 밤의 험로를 천리나 만리를 달려 나갈 젊은 당신들 -

 정서를 가진 이, 일만 사람이 쓸쓸하다는 겨울 저녁이 올 때

 구슬픈 저녁을 더더 장식하는 가냘픈 선을 끝에 매어달린 곡조와

 당신의 작은 깃을 찾는 가엾은 마음일랑 작은 산새에게 내어주고

 녹색 등잔 아래 붉은 회화를 그렇게 할 이웃에게 맡기고

 여보! 당신들은 맹렬한 바람이 부는 추운 거리로 나아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소름 찬 당신들의 일을 하여야 하지 않겠습니까?  <6연 일부>

                                        -「쓸쓸한 겨울 저녁이 올 때 당신들은」8)일부


  이 시는 1934년 5월 25일자 동아일보 문화란에 발표되었던 장시다. 암흑시대 민족적 열망을 표현한 것이다. 이 시에서 새벽과 저녁의 대립적 이미지를 보여주며 기독교적 세계관에 기인한 상상력이 자연의 이미지를 통해 나타나고 있다. 저녁은 ‘검은 광풍’ ‘눈보라’ ‘비극의 송가’ ‘표랑의 역사’ ‘밤의 험로’ ‘추운 거리’ 등은 당시 현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말해준다. 여기서 사물의 밝음/어두움, 이원적으로 바라보는 그 자체는 그 둘이 서로 분리된 것이 아니라 동일성을 가진 두 뿌리라는 인식에 도달하면서 시작된다. 해로 상징되는‘ 피를 뿌리’는 ‘붉은 해’의 새벽 이미지는 적극적인 현실 극복 의지를 보여주며 밝은 미래의 새 역사에 대한 민족의 염원9)을 담고 있는 자연을 통한 기독교적 상상력에 기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무렵 나의 시에는 자연미에 대한 예찬과 동경이 짙게 풍기고 있었다....불행한 현실과 고초의 현실에 처한 시인들에게 저들의 국토에서 자유로이 바라볼 수 있는 곳은 아무도 거기서는 주권을 행사하지 않는 자연뿐이었다.10)


  김현승은 가을을 소재로 한 시가 어느 시인보다 많은 것이 특징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그 당시 자연을 소재로 취한다는 것은 현실의 추악함이 아닌 깨끗하고 아름다운 세계를 지향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거의가 경건한 기도의 시이다. 지연을 감각적으로 표현했던 경향에서, ⌜눈물⌟과 ⌜가을의 기도⌟에서 보여주듯 해방이후 신과 인간의 내면세계로 눈을 돌려 본질적 고독의 추구도 이 무렵부터 발아를 보게 된다.


 2. 중기 - 신에 갈등과 인간 고독의 탐구


  다형의 초기 시에서 그 흔적을 보이던 ‘고독’은 ⌜제목⌟을 계기로 시세계에서 신과의 갈등을 보여주며 새로운 고독에 직면한다. ⌜견고한 고독⌟과 ⌜절대 고독⌟에서 고독이 절정을 이루고 있다. 초기에 자연과 인간의 관계가 중점적으로 나타난데 비해 중기에서는 내면세계에 침잠하고 인간본질의 문제를 시적으로 형상화했음을 알 수 있다.11)

  

  김현승의 신에 대한 절대성이 1960년대 중반 마침내 유일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회의를 낳는다. 그 이유를“ 무엇보다 하느님은 유일신이 아닌 것 같다. 만약 유일신이라면 어찌하여 이 세상에는 다른 신을 믿는 유력한 종교가 따로 있겠는가?......교인들의 생활과 마음가짐이....육중심의 사회인과 전혀 다를 것이 없다”12)고 비판하면서 신과의 단절의사를 보인다. 신과의 단절과 인식의 전환에는 초기의 신앙에 기반 하던 양심과 이상, 정의감, 도덕률이 무너진 현대인들의 속성이 지켜내지 못한 것에 대한 비판과 불신에 다름이 아니다. 그의 시⌜제목⌟은 신에 대해 회의 하는 모습이 가장 대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김현승은 이 치열한 탐구에서 타인과의 관계 단절이나 인간적 한계에서 비롯된 고독의 세계로 들어서는데 그 까닭을 ‘신을 잃어버렸기 때문’13)이라고 말하고 있다.


껍질을 더 벗길 수도 없이

 단단하게 마른

 흰 얼굴.


 <중략>


 結晶된 빛의 눈물,

 그 이슬과 사랑에도 녹슬지 않는

 堅固한 칼날―발 닫지 않는

 피와 살.


 뜨거운 햇빛 오랜 시간의 懷柔에도

 더 휘지 않는

 마를 대로 마른 목관악기의 가을

 그 높은 언덕에 떨어지는,

 굳은 열매


 쌉쓸한 滋養

 에 스며드는

 에 스며드는

 네 생명의 마지막 남은 맛!

                                    「堅固한 고독」14)일부


   시인 자신도  이 작품을 “ 나의 분신이며 인간의 궁극적 본질을 나타내었다고 생각되는 작품”이라고 하였듯, 다형의 자신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의인화된 비유인 신체의 시어 ‘힌 얼굴’, ‘손발’, ‘피와 살’ 등으로써 자신의 시적 세계를 고백하고, ‘창끝’, ‘견고한 칼날’, 등 금속성 이미지는 견고한 정신적 가치를 옹호하는 대결 정신을 보여주고 있다. 조재훈이 지적 했듯이 고독은 ‘신에의 거역이며 신의 상실’이다. 신앙과 인간적 감정이 제거된 ‘단단하게 마른/ 힌 얼굴’, ‘마를대로 마른/ 목관악기’와 같은 그의 고독은 어떻게 존재할 수 있는가?15)  이는 일생을 신에 의존해 살아온 시인의 고뇌의 깊이는 유일신 부정하는 ‘모든 신들’로 나타나며 신의 의지할 수 없는 고독으로 드러난다.


  나의 고독은 구원에 이르는 고독이 아니라 구원을 포기하는 고독이다. 수단으로서의 고독이 아니라 나의 고독은 순수한 고독 자체일 뿐이다. 그러므로 나의 고독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진정한 고독이다.16) 이는 신을 잃어버려 포기한 고독으로, 순수 그 자체의 고독이다. 즉 그의 고독은 인간 본질의 외로움이나 허무가 아닌, 문학에서의 시 예술 정신이며 윤리 면에서 참된 양심이 되고자 포기한 고독이다.


  이는 시집 ⌜절대고독⌟의 서문에서 “고독을 표현한 것은 나에게는 가장 즐거운 시 예술이며 윤리적 차원에서는 참되고 굳세고자 함이 된다. 고독 속에서 나의 참된 본질을 알게 되고, 그럼으로써 나의 대 사회적 임무까지도 깨달아 알게 되므로” 라고 말하고 있듯 그의 고독은 신과 인간, 양심과 현실에서 빚어진 것이기 때문에 절망이 아니다. 이렇게 볼 때 신을 거부한 고독의 추구는 시인 자신의 신앙을 내면화한 과정이었으며, 그 시적 초월과정에는 기독교적 상상력이 일관되게 작용한 것으로 보아진다.


3. 후기 - 회개의식과 신의 귀의 :종교적 재생

 

 그의 고독은 1970년대 초반부터 극복하는 양상을 보여준다. 중기에 그가 추구해 왔던 인간중심의 세계가 아닌  ‘절대신앙’으로서의 신에 대한 귀의와 회개를 통한 구원의 간절함이 담겨있다.


당신의 불꽃 속으로

나의 눈송이가

뛰어 듭니다.


당신의 불꽃은

나의 눈송이를

자취도 없이 품어 줍니다.

                             -⌜절대신앙⌟전문


  이 시는 1968년 12월 ⌜세대⌟에 발표된 시로, 이때부터 그는 신 앞에 승복하고자 한다. ‘불꽃’과 ‘눈송이’는 상반된 사물로 ‘불꽃’은 신의 뜨거운 사랑을, ‘눈송이’는 자신의 신앙심을 의미한다. 두 사물이 대립이 아니라 ‘눈송이’가 ‘불꽃’ 속으로 뛰어들어 ’나를 자취도 없이 품어준다‘는 데서 나의 소멸이 종교적 사상으로 승화되고자하는 의지임을 알 수 있다.17) 고독할수록 신에 의지하고자 하는 마음을 드러낸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 그가 시적 세계에서 삶의 전환점을 표현하는 자의식을 시⌜전환⌟ 내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이제는

밝음의 이쪽보다

나는 어둠의 저쪽에다

귀를 기울인다.


<중략>

모닥불 연기처럼 살리며 살리며...

                                       -⌜전환⌟18) 일부

  이 작품은 신을 회의하고 단절하여 인간의 본질을 추구하고자 하던 고독의 세계에서 벗어나 인간의 한계를 느끼고 신에 귀의함을 보여준다. 이는 온전한 고독의 극복이며 그 자신이 말하는 ‘문학 때문에 잃을 뻔한 신앙’으로의 복귀를 하는 것이다.


 나는 지금으로부터 3년 전의 어느 겨울에 갑자기 쓰러지고 말았다. 나의 느낌으로는 죽었던 것이다.......<중략>........ 죽은 가운데서 누가 나를 살렸을까? 나는 확신한다! 그분은 나의 하나님이시다.....<중략>... 나에게 회개의 마지막 기회를 주시려고 이 어리석은 나를 살려 놓으신 것이다.19)


 김현승의 병마의 쓰러짐은 의식의 차원에서 인식의 경험적인 세계를 벗어나 존재의 전환을 통해 궁극적 세계로 나아가는 계기가 된다. 완전할 수 없는 인간의 육체보다는 정신과 영원의 본질을 추구하는 초월을 지양하는 의식을 보여주는 것이다.


Ⅲ. 결론


  지금까지 다형 김현승의 시적 변모를 중심으로 크게 세 시기로 나눠 살펴보았다.

초기는 기독교 사상에 바탕한 탐구로 자연을 통한 민족적 센티멘털리즘과 해방이후에는 도덕과 양심의 인간 윤리회복을 위한 인간중심의 세계관을 노래하였으며, 중기에는 신에 대한 갈등과 회의 속에 자신의 내면의 세계로 침잠하여 인간본질을 탐구하던 시기였다. 즉 철저한 자아탐구를 통한 순수한 견고한 고독이다. 그러나 신과의 완전한 결별이 아니라는 점이다. 결국 그것은 종교 본질에 대한 순수한 감정과 염원을 바탕한 것이다. 그러므로 범대순의 지적처럼 그의 고독은 신앙의 또 다른 얼굴이라 할 수 있다. 후기에는 신앙과 고독사이의 치열한 탐색의 결과 신 중심주의로 전환되었으며 병마를 계기로 참다운 신앙인이 되고자한 실천적 의지로 나타났다는 점을 보았다.


  다형에게 있어서 그의 기독교적 세계관은 그의 전 생애적 삶과 문학을 지배하여온 원동력이라 할 수 있다. 김현승은 등단이후 모더니즘의 영향을 받았으며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어려서부터 체득한 서구적 기독교의 영향으로 시적 세계에 전통적 사유나 방법을 찾아볼 수가 없으며 김현승의 철저하게 서구적 정신과 방법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의 시에서 고독이라는 주제도 서구적 관념을 치열하게 탐구하여 도달한 시적 정신이다. 그의 시세계를 바탕하고 있는 기독교적 세계관과 이에 따른 이원적 세계는 전통적 인식의 방법이 아닌 그의 시적 세계를 이해하는 바탕이 된다. 그의 시적 도달점이  우선 서구적 기독교적 시를 관념에 빠지지 않고 치열한 자기 탐구로 시적 초월을 이루어 냈다는 점이다.


  이상으로서 김현승의 시적 변모과정과 시세계를 살펴본 결과 그의 삶의 변화에 따라 시적 지향점이 달라지나 초기부터 후기까지 기독교적인 자세를 잃지 않았다는 점과 기도와 고독, 휴머니즘의 시인으로 남았다는 점이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지면의 제약으로 인해 김현승의 시적 이미지의 상징체계와 여러 시들에 대해 두루 논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차후 자세히 논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 본다.

 


* 참고문헌

김인섭, 『김현승 시의 상징체계 연구』, 보고사, 1999.

김인섭, 『김현승 시 논평집』, 숭실대 출판부, 2007

김현승, 『고독과 시』지식 산업사, 1977

박명용, 『상상의 언어와 질서-김현승론』푸른사상, 2001

조태일, 『김현승 시정신 연구』, 태학사, 1998.

정경은, 『박두진, 박목월, 김현승의 기독교시 연구』한국 학술정보(주), 2008

김현승, 『김현승 시전집-김인섭 엮음』, 민음사, 2009.

이현정, 「김현승 시연구 - 시의 변모과정」, 성신여자대학교 석사학위논문,20001

유혜원, 「기독교세계관으로 본 김현승의 시」, 총신대 석사학위논문, 2005

황은이, 「김현승 시연구」, 순천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06